나는 정신을 2004년에 처음 만났다.
민선언니 소개로 나간 자리였다.
난생 처음보는 한 작은애가 시작부터 영롱한
무엇이었다. 완전히 달랐다.
아홉살에도 열네살에도 스물셋에도 내가 찾던 사람.
그 나이엔 어디에 살았느냐고 처음만난 자리에서
실제로 그런 질문을 막 해댔었다.
글리세린을 섞은 듯 쉽게 증발하지 않는 정신의 이야기들은
뒤틀어져 엉거주춤 힘겨운 숨을 내쉬던 나를 촉촉히 펴주었다.
그날부터 오늘까지 십오년이 흘렀다.
서수남 하청일 같이 사이 좋게 쏘다녔다.
이제 나는 정말 더 찾지 않는다.
어떤 해는 정신을 한번도 못 보고 지나가도
정신을 모르던 시덥잖은 날들에 비하면
아름답다.
정신 생일을 축하해
2019. 9. 14 홍진경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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홍진경을 다시 보게 했던 홍진경의 편지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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